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하버드대, 한방에 빠지다

늘피네 2014. 4. 11. 17:48

하버드대, 한방에 빠지다

  • 입력 : 2014.03.09 10:00
  • 한국통합의료진흥원, 하버드 조지타운대 손잡고 한양방 공동연구



  • 지난 2월 24일 오전 10시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교의 한 콘퍼런스룸. 이 대학 의과대학 소속인 힐라키비 클라크(여·Leena Annikki Hilakivi-Clarke) 종양학과 교수의 발표를 듣고 있던 40여명의 미국과 중국 의료계 인사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클라크 교수의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흥미로운(fascinating) 결과다” “드라마틱(dramatic)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글로벌 한·양방 통합치료 서미트(Summit) 2014’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클라크 교수가 발표한 내용은 한·양방 병용 항암 약재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였다.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한약재(korean herb)를 양방에서 사용하는 기존 항암제와 섞어서 투여할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참석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양약과 한약이 결합된 새로운 복합 항암제는 기존의 양약 항암제로는 달성하지 못했던 수준의 치료 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암·치매 등 난치병 질환 극복에 매달려온 미국의 저명한 의료계 인사들을 단번에 매료시킬 만한 결과였다. 이날 행사에는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인 하버드대 의대 다국가임상시험센터(MRCT)와 다나 파버(DANA-FARBER) 암센터 교수 및 연구진도 대거 참석했고 광동중의학병원 등 중국에서 온 중의학 교수진도 콘퍼런스홀을 메웠다.
    하버드대, 한방에 빠지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클라크 박사의 실험은 지난해 조지타운대가 한국의 통합의료진흥원(이사장 손건익)으로부터 J탕이라는 한약재를 제공받으면서 시작됐다. 대구에 있는 통합의료진흥원은 2009년 한·양방 통합진료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민간재단으로,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구한의대학교가 주도하는 국내 유일의 한·양방 통합조직이다. 통합의료진흥원과 공동 연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조지타운대는 통합의료진흥원으로부터 제공받은 J탕을 기존 항암제와 섞어 유방암 세포에 투여한 뒤 효능을 분석해 왔다. 유방암 조직을 떼어낸 뒤 증식이 가능한 조건에 두고 항암제인 타목시펜과 J탕을 함께 투여한 것이다. 그 결과 두 약재를 독립적으로 투여할 때보다 암세포가 제거되는 확률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목시펜과 J탕을 개별적으로 투여하면 암세포를 부분적으로 제어하는 효과만 나타나고 내성도 생겼지만 타목시펜과 J탕을 동시 투여하면 암세포를 제어하는 확률이 50%까지 상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실험은 조지타운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상피세포 증식기술(CRC)을 통해 동물의 암조직을 떼어낸 뒤 증식하는 암세포에 약재를 투입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국내 동물실험보다 정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클라크 교수는 조지타운대를 대표하는 동물실험 전문가로 그의 손을 거쳐 한약재가 항암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입증된 것이다. 클라크 교수는 이날 자신이 발표한 내용의 중요성을 의식한 듯 일절 인쇄물을 배포하지 않았고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하고 나서도 관련 내용을 컴퓨터에서 삭제해 달라고 주최 측에 요구했다.

    클라크 교수의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휴식시간. 조지타운대와 하버드대 의대 교수들은 행사에 참석한 통합의료진흥원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또 다른 실험 결과들을 소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의료계 인사들은 통합의료진흥원 측이 한국에서도 독자적으로 한·양방 병용 항암제 실험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절대 오픈하지 않겠다. 한약재를 활용한 다른 실험결과를 추가로 보여달라”는 요청을 했다.

    실제 통합의료진흥원은 조지타운대가 실험을 진행하기에 앞서 국내에서의 동물실험을 통해 조지타운대의 연구결과와 흡사한 결과를 이미 도출했다. 조지타운대에 똑같은 동물실험을 의뢰한 것은 국제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통합의료진흥원은 또 이날 발표에 등장한 한약재 이외의 약재를 이용한 다양한 동물실험 결과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위암치료제인 TS-1과 십전대보탕을 병용 투여할 경우 상호보완적 치료가 가능한지를 검증했고, 당뇨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당뇨약인 멧포민과 육미지황탕을 병용 투여해 성공적인 결과를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졸중과 치매 치료를 위해 양약과 침술을 결합한 임상연구에서도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통합의료진흥원이 진행한 이러한 연구는 대부분 이미 특허로 등록됐거나 논문 발표를 마친 상태지만 이번 서미트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서미트에 참가한 미국과 중국의 교수진은 오후 세션으로 이어진 한국 측의 발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광동병원에서 온 자우옌왕 교수 등은 연방 플래시를 터트리며 한국의 발표 자료를 빼놓지 않고 촬영했다. 현재 중의학계는 통합의료진흥원이 선보인 동물실험 등의 과학적 연구자료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심식사 후에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과 중국 참가자들이 동시에 연구자료를 발표했는데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 참가자들이 한국 측 세션에 모여드는 바람에 중국 측 발표 현장은 상대적으로 썰렁했다.

    오후 세션의 한국 측 발표는 영국에서 의료산업에 종사해온 ‘EU바이오테크’의 정재준 박사가 맡았다. 정 박사는 대구한의대의 동물실험 전문가인 구세광 박사의 요청으로 이번 서미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재영 동포로 영국 글래스고대학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번 서미트에서 조지타운대에 이어 하버드대 의대도 통합의료진흥원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박사는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한약재인 B탕을 활용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발표에 나섰다. 항암치료제로 잘 알려진 이레사와 B탕의 약재를 섞어 항암치료를 했을 경우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물론이고 항암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 발표에 대해서도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 교수진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암센터 내 자킴통합의학센터장인 데이비드 로젠살은 “매우 가능성이 높고 관심을 끄는 이야기다. 다만 지금은 동물실험 결과라서 환자를 상대로 임상실험을 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그전에 미국 FDA 승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국장 출신인 스테판 로젠필드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이사는 “이 결과는 조속히 특허로 등재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보안도 필요할 것 같은데,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한약재는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나” “실험에 사용하려면 어떤 처리를 거쳐야 하는가” 등 비공개 사안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통합의료진흥원 측은 “내부적으로 이미 다수의 특허를 등록한 상태지만 특허와 관련된 추가 정보는 제공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실험에 쓰이는 약재의 가공방식 등은 향후 임상실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2월 24일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열린 통합의료 서미트에서 하버드대 암센터 소속의 데이비드 로젠살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미트에서는 대구가톨릭대 의대 전창호 교수가 한약재를 세분화해 양방 항암제와 1 대 1로 매치하는 방식의 유효성을 검증한 실험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대구한의대 측은 침술을 활용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서미트에 참석한 대구한의대 변준석 의무부총장은 “국내에서는 양방 쪽에서 한방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양방과 한방의가 공동으로 일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미국에 와 보니까 이곳 의사들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연구가치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방과 양방의 통합치료가 미국에서 활성화된다면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의료진흥원은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미국에서 한·양방 병용 복합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서미트에서 조지타운대·하버드대 의대에 연구성과를 소개한 것도 이들 명문대학과 함께 FDA로부터 임상실험 승인을 받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었다. 공동 연구 등과 관련된 업무협약을 이미 맺은 조지타운대는 물론이고 하버드대 또한 이번 서미트를 통해 연구에 적극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통합의료진흥원은 FDA로부터 임상실험 승인을 받으면 이들 두 대학과 공동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임상실험에서 다룰 한약재들은 국내에서 이미 의약품으로 인정받은 약재를 포함해 FDA 승인 신청이 진행 중인 약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의료진흥원 측은 “한·양방 병용 약재가 미국에서 임상실험을 통과해 상용화 단계까지 간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큰 파급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의료진흥원 측은 병용 약재를 활용한 통합치료가 활성화되면 양방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 및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등 난치병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신임희 교수는 “이번 서미트 참가자들은 항암치료에 대한 진흥원의 접근방법이 고통받는 환자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초연구를 함께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가 차원에서 중의학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도 우리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동안 서양 의료계에서는 동양의학을 서양의학의 보조역할 정도로 한정해 왔다. 암과 치매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동양의학을 보조용으로 쓰는 CAM(보완대체치료)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침, 기체조 등 CAM을 받는 환자가 전체 난치병 환자의 42%가 넘을 만큼 대중적인 치료법이 됐다. CAM에서 활용되는 동양의학은 대부분 중의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에 파견 나온 보건복지부 이영호 국장은 “유명 병원의 난치병 치료센터에는 침술을 사용하는 중의사가 1~2명씩 배치돼 있을 정도로 미국은 동양의학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국내 한의학계는 해외로 진출한 중의사가 워낙 많고 미국 등에서 동양의학을 보조 역할 정도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해외 진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통합의료진흥원이 현재 추진 중인 한·양방 통합의료(CIM) 개념은 기존의 CAM과는 다른 것이다. 여기서 한방의 역할은 더 이상 양방의 보조 개념이 아니다. 타목시펜과 J탕의 결합처럼 50 대 50의 동등한 입장에서 한방과 양방이 결합해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자는 개념이다. 미국 출장에 동행한 통합의료진흥원 채영희 원장은 “지금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침술 같은 동양의학은 보조적 개념이다. 암이나 치매와 같은 난치병을 수술하고 나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한의사는 없고 대부분 중의사가 그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침술은 물론이고 한약재의 효능까지 근거자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방과 양방을 대등하게 결합해 치료를 하면 난치병 환자들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한·양방의 통합치료가 각광받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동양의학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한 대체의학 연구를 주도해온 하버드대 의대 관계자들은 이번에 조지타운대가 중의학이 아닌 한방을 활용해 과학적인 동물실험을 한 것에 대해 대부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조지타운대가) 항암 효과가 있는 한약재 연구를 이 정도까지 진전시켰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우리도 관련 연구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국 측 관계자들은 앞으로 통합치료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한방과 양방의 칸막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조지타운대에서 만난 대구한의대 김용호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한의학 연구를 지원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양의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를 손질하지 않고는 한의학을 육성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지 의료계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이번 서미트에서 통합의료진흥원 측은 몇 가지 성과를 더 거뒀다. 일단 통합의료진흥원은 조지타운대로부터 향후 추진될 임상실험에 필요한 상피세포 증식기술(CRC)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올해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의사가 조지타운대의 CRC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통합의료원은 대체의학(CAM) 관련 선진 교육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조지타운대 대학원 분교를 대구에 유치할 계획이다.

    조지타운대는 한국과 통합의료에 대한 협력을 학술적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통합의료 전문지(CIMJ)를 창간하기로 했다. 통합의료에 관한 각종 연구성과와 논문을 CIMJ를 통해 공개하고 국제적 위상을 넓히자는 취지다. 하버드대 의대 통합의료센터에 초빙연구원으로 있는 통합의료진흥원 오병상 박사는 기(氣)를 활용하는 치료센터를 하버드대 의대 내에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조지타운대 캐빈 피츠제럴드 교수는 “미국 내 명문대학인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가 통합의료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가톨릭재단이 설립한 우리 대학과 대구가톨릭대는 종교적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 김대현 기자 ok21@chosun.com
    김대현기자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출처 : 백년 건강
    글쓴이 : 협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