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전 용화사 주지 영진스님은
주지스님 초지일관한 포교원력 ‘비결’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전. 다른 지역에 비해 불교세가 열악한 상황이지만 한국불교 포교를 위해 중요한 지역임에 틀림없다. 한동안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연꽃잔치’가 열리는 등 어린이 청소년 포교가 활기를 띄었던 곳이지만, 최근 들어 다소 침체된 상황이다. 지난 1984년부터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위해 꾸준하게 정기법회와 여름불교학교는 물론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전 용화사(주지 영진스님)의 성공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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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984년 어린이 법회를 창립한 이후 20여년 넘게 꾸준하게 새싹포교를 하고 있는 대전 용화사. 사진은 지난 8월 여름불교학교 모습. |
“단 한명이 남더라도 법회를 해야 합니다.” 대전 용화사 주지 영진스님은 “어린이 청소년 포교 활성화의 우선과제는 주지스님이 원력을 갖고 쉼 없이 정진하는 것”이라 말했다. 영진스님은 본래 계룡대(신도안)에 있던 용화사가 군(軍)용지로 수용되면서 대전으로 자리를 옮긴 1984년부터 어린이 포교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첫해 150여명을 모아 급작스럽게 여름불교학교를 개최한 영진스님은 “종실스님(전 대전 비구니 청림회장)이 어린이 포교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불교학교를 열었다”면서 그 후 매주 일요일 어린이 법회를 계속했다. 영진스님이 어린이포교 원력을 처음 세운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다. 기독교 계통에서 세운 학교를 다니던 스님은 본래 불자인 친구들이 졸업 무렵에 개종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이 청소년 포교’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여름불교학교때 200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도량을 가득 채우다보니, 사찰 주위에 있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도량이 좁다 보니 사찰 마당에 대형 천막을 치고 어린이들의 잠자리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진스님은 “어린이 포교는 나의 운명과도 같다”면서 “처음 세운 ‘마음’을 잃지 않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며 난관을 극복했다.
보람도 적지 않다. “아이들만 봐도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떠드는 소리를 들어도 좋아요. 앞으로는 주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현대식 건물을 지어 어린이들이 보다 재미있게 법회를 보면서 부처님 가르침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스님은 어린이 법회에 참여한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부처님과 사찰을 낯설어 하는데, 몇 번 법회에 나오다 보면 불법(佛法)과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칭찬스티커 발급해 석달마다 “성불장터”에서 선물
“봉사만 강요해선 곤란”... 법회 이끄는 교사도 후원
영진스님은 또 “어린이들이 불교 용어를 사용하고, 생활 자체도 부처님처럼 함으로써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불자가 되어간다”고 말했다. 전.현직 교사와 학원장 그리고 대학생불자들 등 4명을 지도교사로 활용하고 있는 용화사 어린이 법회는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성불장터’는 인기 만점이다. 평소 착한 일을 하거나 남을 도우면 스님들에게 ‘성불하세요’라는 칭찬스티커를 받는데, 석 달에 한번 정도 여는 ‘성불장터’에서 선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생일잔치, 졸업법회 등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쏟는 것도 성공비결이다.
지도법사를 맡고 있는 지운스님은 “토요휴업일 제도가 시작된 이후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는 일이 많아져, 법회 참여율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내년에는 ‘놀토’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용화사 어린이 법회의 또 하나의 성공비결은 지도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있다. “각기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불자들에게 무조건 ‘봉사’한다는 생각만을 갖고 어린이를 지도해달라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 영진스님은 지도교사들이 어린이 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전 용화사는 어린이 법회뿐 아니라 중고등학생회와 청년회를 통해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제자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주 중고등학생 법회를 거행하고 있으며, 여름불교학교 때는 이들이 보조교사로 후배들을 지도하게 한다. 또한 장학회를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1984년 ‘자비손 장학회’를 설립한 영진스님은 매년 ‘외짝부모’ 슬하에 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찾아 대학졸업까지 장학금을 지급한다. 한차례 장학금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다.
올해도 모두 7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영진스님은 부처님과 인연이 된 어린이 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정직한 사람이 되어 성실하게 살아가고, 또한 신실한 불자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때 13개 사찰에서 어린이 법회가 운영되던 대전은 현재 용화사를 비롯해 자광사(주지 청아스님), 죽림정사(주지 광진스님), 세등선원(주지 정우스님), 자운대 군법당 등이 어린이 포교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대전=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시영 충남지사장 lsy@ibulgyo.com
■ 인터뷰 / 대전 용화사 주지 영진스님
“어린이 포교는 꼭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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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포교는 의무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20여년 넘게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실천하고 있는 영진스님은 “무엇보다 절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주지스님의 원력이 중요하다”면서 “어린이 포교를 하지 않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종단 차원에서 처음 열린 어린이 포교전진대회에 대해 스님은 “늦은 감은 있지만, 종단에서 관심을 갖고 비전을 제시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앞으로 지도교사 양성과 〈어린이 통일법요집〉 발간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1963년 신도안 용화사에서 대오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영진스님은 운문사 강원을 졸업하고 수행정진을 계속해왔다.
현재는 대전지역 비구니 스님들의 모임인 청림회장 소임을 보면서 대전불교 활성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불교신문 2280호/ 11월22일자] 2006-11-18